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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손주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기 – 가족 내 역할 재정의

hola-news 2025. 7. 20. 10:00

은퇴 후 많은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손주 돌봄’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떠안게 된다. 처음에는 “바쁜 자식들을 도와야지”라는 마음이 앞서고, 사랑하는 손주를 보살피는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감과 의무감이 커지고, 어느새 손주 양육은 ‘도움’이 아닌 ‘책임’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상당수의 은퇴자들은 주 5일 이상 손주를 돌보며, 본인의 일정이나 건강 관리를 포기한 채 자식의 육아를 대신 떠맡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손주 돌봄이 부모 세대의 삶을 잠식한다는 점이다. 여가, 취미, 여행, 건강 관리 등 은퇴 후에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들이 손주 육아로 인해 희생되는 것이다. 자식은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 지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은퇴자는 점점 지치고 속앓이를 하게 된다. 본 글에서는 손주 돌봄의 부담을 건강하게 조정하고, 은퇴 후 가족 내 역할을 재정의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4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손주를 사랑하면서도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삶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핵심이다.

 

은퇴 후 손주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기 – 가족 내 역할 재정의

 

 

 

은퇴 후 손주 돌봄의 ‘현실 비용’을 정확히 인식하자

많은 부모들이 손주 돌봄을 ‘가족 간의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그 사랑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안에는 노동, 시간, 체력, 감정 소모 등 수많은 자원이 투입된다. 이 점에서 손주 돌봄은 단순한 가족 봉사나 헌신이 아니라, 명백한 삶의 비용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대체로 정리되지 않은 채 부모 세대가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우선 하루 평균 몇 시간 동안 손주를 돌보고 있는지, 그 시간 동안 본인이 포기한 활동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자.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이를 돌본다면 이는 사실상 하루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이다. 여기에 아이 간식비, 이동 경비, 학원 등하원 지원 등을 포함하면 금전적 지출도 상당하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무임금 감정노동’으로 남는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이다. 스스로 “나는 손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돕는다”는 말에 숨어 있는 피로와 희생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손주 양육이 내 삶의 중심이 되는 순간, 은퇴자의 삶은 다시 ‘무급 돌봄 노동자’로 회귀하게 된다. 이는 노년의 삶을 계획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확한 시간과 비용의 구조화를 통해 손주 돌봄의 ‘감정에서 거리 두기’가 가능해진다. 이때부터 비로소 다음 단계를 설계할 수 있다. 감정이 아닌 구조로 문제를 바라보면,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은퇴 후 손주 돌봄은 ‘도움’이지 ‘의무’가 아니다 – 역할 정체성 바꾸기

은퇴자는 오랜 기간 사회와 가족 안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일하는 부모, 헌신적인 배우자, 책임감 있는 자녀 등. 하지만 은퇴 후에는 이 역할들이 해체되고, 다시 가족 안에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손주 돌봄은 ‘좋은 부모’ 또는 ‘착한 할머니·할아버지’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손주를 돌보는 것’이 노년의 존재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도움은 선택이며, 지원은 보조적이어야 한다. 손주 돌봄이 나의 전일적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균형이 깨진 구조다. 역할의 중심을 ‘자식의 부모’에서 ‘나의 주인’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도움과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오전 시간에만 돌봄이 가능해”처럼 구체적인 시간과 조건을 설정하고 이를 고지해야 한다. 단호하게 ‘안 되는 일’과 ‘해줄 수 있는 일’을 구분 지으면 가족들도 혼란 없이 대응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양보와 희생은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가족 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정체성을 바꾸는 일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변화는 결국 나를 위한 결정이며,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손주를 사랑하되, 내가 사라지지 않도록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은퇴 후 손주 돌봄의 대안을 마련하자 – 공동 돌봄과 유료 서비스 활용

은퇴 후 손주 돌봄의 전담자가 된 은퇴자는 종종 ‘나 말고는 돌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갇힌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지역 내 공동 육아 커뮤니티, 시간제 보육 서비스, 방과 후 프로그램, 육아 도우미 지원제도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우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간제 보육 시설을 확인해 보자.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간당 단가가 저렴한 공공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유아는 물론 초등학생 대상 방과 후 돌봄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 소득이 낮거나 다자녀 가정은 추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자식에게 안내하고, 함께 이용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둘째로, 가족 내 역할 분담을 조정해 보자. 만약 자식 부부 중 한 명의 근무 일정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면, 그 시간을 일부 돌봄 시간으로 배정할 수 있다. 또는 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 학원, 유치원 등과 일정 조율을 통해 하루 중 일정 시간은 제삼자가 아이를 돌보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은 단지 돌봄을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독립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모든 돌봄을 혼자 짊어지는 순간, 은퇴 후 삶은 손주 중심으로만 흘러가게 된다. 그런 삶은 결국 피로와 무력감을 남긴다.

 

 

은퇴 후 삶의 중심을 손주가 아닌 ‘나 자신’으로 옮기자

은퇴 후 삶은 ‘누군가를 돌보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돌보는’ 시기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손주 돌봄이 지속되면 이 전환은 매우 어렵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손주와 보내고 나면 나만의 시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고립이 누적되며,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은퇴의 의미’도 희미해진다.

이제는 삶의 중심을 다시 나에게로 옮겨야 한다. 내가 원하는 하루 일과, 만나고 싶은 사람, 배우고 싶은 취미, 가보고 싶은 여행지 등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 보자. 손주가 중심이던 시간표를 ‘나 중심의 시간표’로 바꾸는 것이 첫걸음이다. 하루 중 한 시간이라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을 지켜나가자.

또한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손주가 예뻐도, 지칠 수 있다. 가족을 도와주는 것이 보람 있어도, 때론 서운할 수 있다. 이 모든 감정은 정상이며, 억누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존중할 때 비로소 나는 ‘나’로서 설 수 있다.

은퇴자는 결코 가족의 보조 역할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평생을 일하고 가족을 책임져왔다. 이제는 그 책임에서 일부 내려놓고, 나 자신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손주를 사랑하면서도, 나의 삶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맺음말

손주 돌봄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은퇴 후 삶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돌봄은 선택이어야 하며, 책임이 되어선 안 된다. 은퇴자는 여전히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즐기고, 스스로를 중심에 둘 권리를 가진 존재다. 가족 내에서 역할을 재정의하고, 나만의 시간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은퇴 후 삶의 시작’이다. 손주를 사랑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 그것이 이 시대 은퇴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균형이다. 은퇴자에게 삶의 균형은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