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일상의 중심이 바뀌면서 이전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사소한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억력이다. 매일 반복되던 업무나 외부 일정이 사라지면, 기억할 일이 줄어드는 대신 기억력 저하를 체감하는 빈도는 늘어난다. 은퇴 후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오히려 뇌가 편안해진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구의 이름이 가물가물하거나, 최근에 읽은 책 내용을 금방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기 시작한다. 이런 경험이 단순한 건망증인지, 아니면 인지 기능 저하의 초기 신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지만, 문제는 그 경계가 애매하다는 데 있다. 치매와 단순 노화의 차이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