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자서전 다듬는 법 - 퇴고가 두려운 당신에게
은퇴 후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면 누구나 처음엔 열정을 품고 글을 씁니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그 과정은 자전적이고 의미 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일정 분량을 써낸 후 어느 순간 멈추게 됩니다. 이유는 대부분 같았습니다. 바로 ‘퇴고’라는 과정에 부딪히면서부터입니다.
초고를 써내는 일도 어렵지만, 이미 쓴 글을 다시 읽고 고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심리적 부담을 줍니다. ‘내 글이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고치다 보면 끝이 없을 텐데’, ‘뭘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며 손이 멈춥니다. 특히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은퇴자라면 퇴고는 작가만이 하는 특별한 작업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퇴고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이며, 오히려 이 단계를 통해 자서전은 완성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퇴고’가 주는 심리적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고, 은퇴 후 자서전을 보다 가볍고 꾸준히 다듬어갈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실천 팁을 공유하겠습니다.
은퇴 후 퇴고는 실수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고를 오해합니다. 퇴고는 문법을 고치거나 맞춤법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초고는 감정이나 기억을 쏟아내는 시기입니다. 말 그대로 일단 쓰는 데 집중하는 단계죠. 하지만 쓰는 동안에는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까지 세세히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고가 끝난 뒤에 전체를 다시 읽고 다듬는 퇴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퇴고를 할 때는 ‘틀린 부분을 찾겠다’는 마음보다 ‘내 생각이 잘 전달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을 쓴 부분이 지나치게 길거나, 반대로 핵심 내용이 빠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불균형은 퇴고를 통해 조정해야만 독자에게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은퇴 후 자서전은 자녀나 손주, 지인처럼 나를 아는 사람이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글의 ‘전달력’이 중요합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글 속에 담았다고 해서, 그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퇴고는 ‘감정이 잘 전해지는가’, ‘읽는 사람이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를 중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퇴고는 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은퇴 후 퇴고를 어렵게 느끼는 가장 큰 원인, ‘한 번에 끝내야 한다’는 착각
은퇴 후 글쓰기를 시작한 분들이 퇴고에서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은 ‘완벽하게 고쳐야 한다’는 부담입니다. 초고를 쓸 때보다 오히려 더 긴장하거나, 손이 멈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퇴고는 한 번에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차례, 조금씩 나누어 점검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퇴고에서는 ‘내용 중심’으로 흐름이나 빠진 이야기를 채워보는 데 집중합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문장 표현이나 글의 분위기를 정리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점검하면 됩니다. 퇴고를 이렇게 나누어 단계별로 접근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또한 퇴고를 할 때는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읽다 보면 문장의 길이가 너무 길거나, 어색한 표현, 반복된 단어를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은퇴자에게는 소리 내어 읽는 행위 자체가 집중과 리듬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글쓰기 루틴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퇴고를 완벽하게 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조금씩 고쳐간다’는 태도입니다. 퇴고는 완성을 위한 부담이 아니라, 글에 나를 담아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퇴고는 고치는 게 아니라, 더 나답게 만드는 작업이다
글을 다듬는다는 건 단순히 문장을 매끄럽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자서전을 쓸 때,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해석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초고가 감정의 덩어리라면, 퇴고는 그것을 이야기로 구조화하는 일입니다. 즉, 나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가는 재해석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은퇴 후 가족과의 갈등을 쓴 글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초고에서는 감정이 격하거나 서술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고를 하면서 같은 경험을 좀 더 객관적인 거리에서 바라보게 되면,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배경이나 타인의 입장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과정은 자서전의 깊이를 더하고, 나의 성장 과정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퇴고는 내 목소리를 찾는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누구의 글처럼 보이던 문체가, 퇴고를 반복하며 점차 나다운 말투와 표현으로 정리됩니다. 글에 나의 성격이 묻어나고, 내 삶의 리듬이 담기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은 자서전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나만의 책’으로 완성시키는 핵심입니다.
퇴고는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 아닙니다. 내가 한 말을, 다시 한번 나답게 정리해 가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은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잘 아는 바로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은퇴 후 퇴고 루틴을 만드는 것이 자서전을 완성하는 길
자서전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퇴고가 귀찮고 어렵다’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퇴고를 습관화하면 자서전은 훨씬 수월하게 마무리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글쓰기 루틴에 ‘퇴고 시간’을 따로 넣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초고를 쓰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그 주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며 퇴고하는 방식입니다. 퇴고할 때는 처음부터 전부를 고치려 하지 말고, 한 챕터 혹은 한 단락씩만 다듬어보세요. 분량이 많다고 느껴지면 하루에 한 문단, 한 페이지만 읽고 수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퇴고는 혼자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을 완성한 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조심스럽게 보여주고 의견을 받아보는 것도 매우 유익합니다. 은퇴 후에는 외부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변의 반응이 글쓰기 동기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글의 부분을 점검할 수도 있습니다.
퇴고가 어렵고 지루한 작업이 아니라, 글을 완성하는 마지막 다듬질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서전은 더욱 깊어지고, 은퇴 후의 삶도 글을 통해 다시 정리될 수 있습니다.
퇴고는 글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다
퇴고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가장 내 글을 내 글답게 만드는 기회입니다.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조금씩 선명하게 다듬는 일입니다. 은퇴 후의 삶은 여유로우면서도 때때로 허전합니다. 그 시간 속에서 글을 쓰고, 퇴고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시 이해하고, 과거를 정리하며, 미래를 정돈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끝내려 하지 마세요. 천천히, 단락 하나씩, 표현 하나씩 고쳐나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지게 됩니다. 퇴고는 당신을 드러내는 가장 섬세한 작업이며, 그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신 자신입니다.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