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비밀

은퇴 후 루틴을 블로그에 기록한 이유

hola-news 2025. 6. 30. 13:30

 

 

은퇴 후  루틴은 만들기보다 유지가 어렵다

루틴을 만든다는 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는 의미다. 은퇴 이후 시간의 구조가 사라지고,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일상을 다시 설계하고 싶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아침 기상 시간, 산책, 독서, 식사 시간, 휴식 시간 등 생활의 기본 리듬을 재정비하며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만들어 놓은 루틴이 금세 무너지곤 했다. 계획은 그럴듯했지만, 막상 매일 실천하려고 하면 피곤하거나 귀찮거나, 갑작스러운 일상 변수들로 인해 흐트러지기 쉬웠다. 그렇게 루틴은 만들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다. 이 과정에서 ‘나의 루틴을 매일 기록해 보자’는 결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루틴을 기록하는 일이 단순한 추적이 아닌 중요한 의미 부여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블로그에 일상 루틴을 기록하면서 내 생활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이 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왜 내가 루틴을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는지,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블로그 기록이 어떻게 루틴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은퇴 후 루틴을 블로그에 기록한 이유

 

 

기억보다 기록이 오래간다 – 루틴 기록의 실질적 의미

처음에는 단순히 노트에 매일 루틴 항목을 체크했다. 오늘 산책을 했는지, 책을 몇 쪽 읽었는지, 아침은 몇 시에 먹었는지를 O, X로 표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라도 내 기분이나 몰입도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 어떤 날은 산책이 활기찼고, 어떤 날은 억지로 나섰지만 별 느낌이 없었다. 그 감정의 차이를 메모장에 짧게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내 루틴이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감정과 연결된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는 단순한 체크만이 아니라 ‘루틴 실행의 맥락’을 남기고 싶어졌다. 블로그는 그 도구로 아주 적절했다. 메모지에 쓰는 건 휘발되지만, 블로그는 시간 순서대로 쌓이고, 언제든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산책하면서 바람이 시원했다’, ‘책을 읽었지만 집중이 안 됐다’ 같은 말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루틴이란 결국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루틴을 기록한다는 것은 내 삶을 기록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블로그에 루틴을 남기면서 하루하루가 덜 막연해지고, 하루의 끝이 ‘소모’가 아니라 ‘정리’로 마무리되기 시작했다. 기록은 나를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통해 나는 내 루틴을 점점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만을 위한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처음 블로그에 루틴을 기록했을 때는 누가 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 자신을 위한 메모일 뿐이었고,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한 일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사람이 댓글을 남겼다. “저도 비슷한 시기에 은퇴했는데, 님 글을 읽고 다시 루틴을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한 줄의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가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하루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이자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이후부터는 조금 더 정돈된 형태로 루틴을 정리하게 되었고, 내가 어떤 루틴을 시도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솔직하게 공유하게 되었다. “오늘도 실패했어요. 새벽에 일어나려 했지만 결국 8시에 일어났습니다.” 같은 문장조차 공감과 응원을 불러오기도 했다. 완벽한 루틴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실제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루틴 블로그는 그렇게 점점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정보만 있는 글보다 경험이 담긴 글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루틴을 블로그에 기록하는 이유는 이제 단순한 자기 관리에서 벗어나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길이 되었다.

 

 

루틴의 지속력은 ‘외부화된 의식’에서 나온다 

루틴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마음속에서만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매일 다짐하고 계획하더라도, 실행이 되지 않으면 기억은 흐려지고 자책은 쌓인다. 그걸 막기 위해 나는 루틴을 외부화했다. 즉, 블로그에 기록함으로써 루틴 실천 여부를 스스로 밖으로 꺼내어 공개하고 점검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아무도 나에게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내가 나에게 쓰는 일기 같은 글은 그 자체로 강력한 루틴 유지 장치가 된다. ‘오늘도 블로그에 하루 루틴을 올려야지’라는 생각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나를 규칙 속에 있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었다.

 

특히 블로그는 ‘정해진 양식 없이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도구다. 꼭 매일 쓰지 않아도 된다. 일주일에 세 번만 기록해도 일상은 분명히 정돈된다. 이 외부화된 기록은 내가 내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단순히 ‘해야 할 일’을 적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확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루틴의 지속성은 내부 의지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외부 시스템과 연결될 때 훨씬 강해진다. 블로그는 나에게 그 외부 시스템 역할을 하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였다.

 

 

루틴 기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삶의 증거다 

루틴을 블로그에 기록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내가 오늘 산책했는지’만 기록하던 블로그가, 지금은 ‘내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가 되었다. 루틴은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이 되었다. 하루를 기록하면서 나는 나의 작은 변화들을 더 잘 인식하게 되었고, 그 변화를 축적하는 법도 익혔다.

 

블로그는 나에게 단순한 온라인 노트가 아니라, 삶의 흔적을 쌓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기록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방향을 만들어주는 지도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루틴을 블로그에 기록한다. 그 기록을 통해 오늘 하루를 단단하게 붙잡고, 내일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루틴을 지키는 힘은 결국 기록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기록은 삶의 증거이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