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비밀

은퇴 후에도 설레는 이유 : 60대 부부의 느리게 떠나는 여행

hola-news 2025. 7. 10. 21:30

 

오랜 시간 직장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 이들에게 은퇴는 마치 삶의 마침표처럼 느껴진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누구나 꿈꾸던 휴식이지만,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면 얼마 안 가 하루가 무의미하게 어제와 오늘이 같은 우울한 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부가 동시에 은퇴를 맞이하게 되면 하루 24시간을 오롯이 함께 보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그러나 최근 60대 이상 중장년 부부들 사이에서 ‘느리게 떠나는 여행’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짐을 가볍게 싸고, 일정도 느슨하게 계획하며, 목적지보다 여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행. 이 방식은 은퇴 이후 단절된 삶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열쇠가 되고 있다. 특히 60대 부부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외출이 아닌, 서로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고, 삶의 템포를 조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 60대 부부들의 여행 사례를 바탕으로, 왜 은퇴 후에도 여행이 설레는지, 느리게 떠나는 여행이 부부 관계와 삶의 질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이 들수록 관계의 깊이를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하며 인생의 동반자의 모습을 이 여지고 싶다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앞서 경험한 은퇴 부부들의 여행 경험을 들여다보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은퇴 후에도 설레는 이유 : 60대 부부의 느리게 떠나는 여행

 

 

은퇴 후 첫 여행, 다시 시작된 부부의 대화

30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 은퇴는 의외의 변화를 가져다준다. 직장, 자녀 교육, 집안일 등에 바쁜 루틴 속에서 지쳐있는  부부 사이는 대화가 점점 줄어들고 하루에 한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지 않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자녀의 학업과 학교문제로 그 밖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날들도 흔히 겪는 부부들의 일상이다. 그러나 은퇴 이후, 하루의 모든 시간이 함께 주어지면 서로를 다시 마주 보게 된다. 이런 시간에 ‘여행’은 부부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복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가 된다.

서울에서 은퇴한 63세 김 모 씨 부부는 결혼 35주년을 맞아 강원도 정선으로 한 달간의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는 매일 오전에는 숙소 근처를 산책하고, 오후에는 장을 보거나 동네 카페에 들렀다. 김 씨는 “이전에는 아내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말없이 걷거나, 창밖을 함께 바라본 적이 없었다”며 “그 자체가 힐링이자 대화였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여행이라는 낯선 환경은 부부 사이에 자연스러운 질문과 대화를 유도한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점심은 뭘 먹을까 같은 단순한 결정들도 협의를 통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취향이나 현재의 감정 상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특히 자녀가 독립하고 난 후 ‘함께 보내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 찾는 데 있어 여행은 매우 유익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느리게 걷고, 같이 음식을 만들고, 조용한 숙소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은 그 자체로 관계 회복의 시간이다. 말없이 함께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고 편안해질 때, 부부는 비로소 서로의 존재를 깊이 받아들인다는 감각을 얻게 된다.

 

 

은퇴 후 여행지에서 찾은 일상의 기쁨과 리듬

60대 부부의 여행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비일상이 아닌 새로운 일상'이다. 많은 은퇴 부부들이 여행지에서 특별한 경험보다도 '일상을 다르게 살아보는' 데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 익숙한 일상은 장소만 바뀌어도 신선해지고, 같은 하루도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담양으로 두 달간 머문 이 모 씨 부부는 매일 아침 근처 대나무숲을 산책하고, 장을 봐서 숙소에서 함께 요리를 했다. 오후에는 근처 미술관이나 전통시장에 들르거나, 그냥 숙소에서 독서를 하며 보냈다. 이들은 “평소 서울에서는 하지 못하던 느린 루틴이 여행지에서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활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마치 한 지역에 '살아보는 것'과 같다. 아침을 함께 준비하고, 지역 주민과 인사를 나누며, 동네의 시장을 매일 가보는 생활은 은퇴 후의 삶이 여전히 풍요롭고 생동감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소소한 즐거움을 여행지에서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가 만나는 계절의 변화, 낯선 식당에서 맛본 정겨운 음식, 동네 슈퍼의 직원과 나눈 한 마디 대화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느리게 움직이고, 자세히 관찰하고, 깊이 느끼는 여행은 은퇴자의 삶을 보다 주체적이고 풍성하게 만든다.

 

 

은퇴 후 서로 다른 여행 스타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생긴 이해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 처음엔 여행 스타일의 차이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한 사람은 계획적인 여행을 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즉흥적이기를 바랄 수도 있다. 혹은 한 사람은 도시를 선호하고, 다른 사람은 조용한 자연을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부부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부산에 거주하는 66세 최 모 씨 부부는 은퇴 후 전국 한 달 살기 여행을 시작했지만, 처음엔 의견 충돌이 잦았다고 한다. 남편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동선을 정리하는 스타일이었고, 아내는 현지에서 직접 느끼고 즉흥적으로 움직이기를 선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방식을 조금씩 수용하면서 ‘반은 계획하고, 반은 즉흥으로’라는 여행 스타일을 찾아냈다.

여행을 통해 부부는 ‘다른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서로를 바꾸기보다는 받아들이고,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는 연습이 반복되며 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이는 여행이 아니면 체험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 부부는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이상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서로의 존재에 안정을 느끼고, 다름을 인정하며 같은 공간에 머무는 법을 배운다. 나이 들수록 관계는 변화보다는 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더 큰 가치가 된다.

 

 

은퇴 후 나이가 들수록 여행이 필요한 이유

많은 이들이 은퇴 후의 삶을 정적인 방식으로 상상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행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 신체적 활력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감정적 활력과 관계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탈피하는 순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60대 이후의 부부에게 여행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리듬을 재정렬하는 도구가 된다.

첫째, 여행은 신체적 활력을 유지시킨다. 매일 걷고, 움직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깨운다.

둘째, 여행은 정신적 유연성을 기른다. 길을 찾고, 계획을 세우고, 때로는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경험은 두뇌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셋째, 여행은 관계의 에너지를 되살린다. 같은 풍경을 보고, 함께 식사하고, 사소한 일에 웃음을 나누는 순간들 그리고 함께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대화할 때 부부사이에 공감과 위로는 진정한 치유의 시간을 갖은 소중한 시간으로 관계의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무엇보다 여행은 나이와 무관하게 ‘설렘’을 준다. 아직 가보지 않은 장소가 있다는 사실, 내일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는 기대감, 오늘이 어제와 다르다는 감각은 삶에 활력을 더한다. 이런 감정은 은퇴 이후 더욱 간절해지고, 중요한 가치가 된다.

 

60대 부부의 느리게 떠나는 여행은 단지 관광이 아닌, 삶의 또 다른 방식이다. 은퇴 후의 시간은 느려질 수 있지만, 그 느림이 의미와 감정을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다.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과정은 여행지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느린 여행은 여유롭고, 대화는 자연스럽고, 삶은 충만하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가 모여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설레는 이유가 된다.

60대 부부의 느리게 떠나는 여행, 왜 은퇴 후에도 설렘이 계속될까요? 관계 회복, 일상 재발견, 감정적 활력까지 느린 여행이 주는 가치를 내 것으로 만드는 용기를 내어보세요. 은퇴 후 마주한 은퇴 부부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