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면 누구나 처음엔 열정을 품고 글을 씁니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그 과정은 자전적이고 의미 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일정 분량을 써낸 후 어느 순간 멈추게 됩니다. 이유는 대부분 같았습니다. 바로 ‘퇴고’라는 과정에 부딪히면서부터입니다.초고를 써내는 일도 어렵지만, 이미 쓴 글을 다시 읽고 고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심리적 부담을 줍니다. ‘내 글이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고치다 보면 끝이 없을 텐데’, ‘뭘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며 손이 멈춥니다. 특히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은퇴자라면 퇴고는 작가만이 하는 특별한 작업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퇴고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이며, 오히려 이 단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