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한 뒤 첫 주에는 늦잠이 달콤했고, 두 번째 주에는 산책이 즐거웠지만, 세 번째 주부터는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허전해졌다. 바쁘게 일하며 살아온 시간에는 몰랐던 정적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자유 속에서 무게감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때 문득 ‘여행을 떠나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누구도 나를 기다리지 않고, 누구도 내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시기. 지금이 아니면 오히려 다시는 이런 시간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문제는 ‘혼자 떠난다는 것’이었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과 함께 했던 여행은 익숙하지만,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은 낯설고 약간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아플 때는? 길을 잃으면? 외로워지면?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순간 두려움도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떠나기로 했..